[서화동 칼럼] 도난 고려불상을 한·일 화해 상징으로

입력 2023-02-07 18:16   수정 2023-02-08 00:13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단 4명이 일본 대마도에서 불상 두 점을 훔쳐서 국내로 들여왔다. 가이진(海神)신사의 동조여래입상과 간논지(觀音寺)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인데, 그해 12월 절도범들이 붙잡히면서 불상도 압류됐다. 8세기 통일신라 유물인 동조여래입상은 불법 유출 증거도, 소유권 주장자도 없어 일본에 반환됐다. 그러나 관음보살좌상은 충남 서산의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해 문제가 복잡해졌다. 원래 부석사에 있던 불상을 왜구가 훔쳐간 것이라며 2016년 국가를 상대로 불상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는 복장물(腹藏物·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경전·조성기·보화 등의 자료)에 포함된 결연문의 기록 ‘천력(天曆) 3년 고려 서주(瑞州) 부석사(浮石寺)’다. ‘천력 3년’은 1330년, 서주는 14세기 초부터 1413년 서산군으로 개칭하기 전까지 사용한 서산의 옛 지명이다. 1330년에 만든 불상을 고려말 서산 지역에 자주 출몰하던 왜구들이 약탈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반면 간논지 측은 “사찰 설립자인 종관이 1525년 조선에 가서 1527년 돌아올 때 불상을 정식으로 양도 받아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유통 경로를 알 수 없으나 이 불상은 1526년 간논지에 봉안됐다고 한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불상을 제작한 부석사와 현재 서산 부석사 간의 동일성과 연속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간논지는 법 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20년 이상 불상을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부석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도둑맞은 불상을 도로 훔쳐 왔으니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걸까. 참 쉽지 않은 문제다. 상고심의 결과도 예단하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불상을 반출한 경우라면 있어야 마땅한 이안문(移安文·불상을 옮기게 된 경위를 적은 글)이 복장물에 없다는 건 약탈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이 불상이 장물인지 약탈 문화재인지 이견이 분분한 이유다.

결국 상고심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상처받는 게 불가피하다. 부석사는 발굴을 해서라도 옛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가 같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한다. 간논지도 수장고에 있던 불상이 아니라 500년이나 사찰에 모셔놓고 예경하던 불상을 도둑맞았으니 참으로 딱한 처지다. 송사로 승패를 가리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불교에서는 “한 생각 돌이키면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라고 한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경위야 어찌 됐든 한국에서 만든 불상이 한국과 일본을 오간 것은 엄청난 인연 아닌가. 양측이 합의해 이 불상을 한·일 간 화해와 우의의 상징으로 만들면 어떨까. 부석사가 소유권을 갖는 대신 간논지에 영구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두 사찰이 상호교류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벽에 부딪힌 한·일 간 문화재 전시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도 원만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불상 반환 논란 이후 일본에서는 전시나 학술조사를 위해 한국에 유물을 빌려주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꽤 오래 관계를 맺어온 개인, 사찰, 기관들조차 “상황은 이해하나 대여는 곤란하다”고 한다는 전언이다. 빌려준 유물의 무사 귀환을 보장하는 ‘압류면제법’도 없는 상태라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 사안을 한 가지 논리로만 보지 말고 융통성 있게 봤으면 좋겠다”는 한 문화재 전문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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